2.4 첫 번째 관문: 창업 자금 확보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

2.4 첫 번째 관문: 창업 자금 확보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

아무리 냅킨(Napkin) 위에 정교하게 그려진 완벽한 3D 그래픽 가속 아키텍처(Architecture)의 마스터플랜이 있다 한들, 이것을 실제로 웨이퍼(Wafer)에 판각(Etching)해 내고 대량으로 찍어내 시장에 풀기 위해서는 끔찍하리만치 천문학적인 실탄, 즉 초창기 벤처 자본(Venture Capital)의 유혈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외곽의 좁고 어두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하드웨어 회로를 그리던 세 명의 창업자는, 이내 냉정하고 폭력적인 벤처 투자 시장의 문을 직접 맨몸으로 두드리기 시작해야만 했다.

특히 젠슨 황(Jensen Huang)이라는 걸출한 비즈니스 세일즈(Sales) 엔진의 능력이 극한의 시험대에 오르는 가장 혹독한 무대였다. 2.4장에서는 오직 막연하게 피어오르는 PC 부품 산업이라는 늪지 속에서 투자의 귀재이자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전설,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압도하여 첫 자금을 구걸해 내었는지 그 찌릿한 피칭(Pitching)의 순간을 탐구한다.

나아가 막대한 고정 투자비와 감가상각을 요구하는 공장(Fab) 건립을 과감하고 깨끗하게 포기하고, 그 막대한 자금을 유연하게 설계 공정에 전부 쏟아붓는 대신 칩의 생산은 완벽히 대만의 외부 파운드리(Foundry)에 하청을 줘버리는 파격적인 ‘팹리스(Fabless)’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전략을 어떻게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초기 엔비디아가 가졌던 징그러운 시장 생명력과 현금 흐름 확보의 험난한 고군분투(Struggle) 서사를 생동감 있게 재구성해 본다.

2.4.1 세쿼이아 캐피털의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을 설득한 젠슨 황의 피칭

창업 직후 극심한 돈줄의 마름 속에서, 젠슨 황(Jensen Huang)은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서 가장 권위 있고 잔혹하리만치 냉정한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수장이자 전설적인 투자자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 과 마주 앉는 기회를 얻어냈다. 발렌타인은 애플(Apple)과 시스코(Cisco) 같은 당대의 슈퍼스타들을 가장 먼저 발굴해 낸 매서운 안목의 소유자로, 그 어떤 유창한 미사여구(Rhetoric)도 통하지 않는 지독하게 건조하고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젠슨 황은 그 숨 막히는 압박감이 감도는 회의실에서, 고작 아직 실물 칩 하나 없는 상태로 완벽한 빈손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젠슨 황은 데니스 식당에서 그렸던 기형적인 3D 가속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을 펼쳐놓고, 발렌타인에게 기술 구조의 미학 따위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최악의 우를 범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돈 발렌타인의 뇌리에 가장 직접적으로 꽂힐 수 있는 거대하고 폭력적인 ’마켓 파이(Market Pie)’를 매우 극적이고 직설적으로 때려 박았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PC 모니터의 조잡한 2D 화면은 곧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게임 시장은 수억 명의 대중이 완전히 열광할 거대한 3D 가상 엔터테인먼트(Virtual Entertainment)의 시대로 통째로 대체될 것이며, 이 미친 듯이 무거운 픽셀 폭탄(Pixel Bomb)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사람들은 인텔(Intel) CPU와는 전혀 별개로 반드시 우리가 만든 가속기 칩(Accelerator Chip)을 자신들의 모든 컴퓨터에 의무적으로 꽂아 넣어야만 할 것입니다.”

발렌타인은 초창기의 이 보잘것없는 청년 CEO가 지닌 묘하고도 강렬한 이 확신의 비전, 즉 막연한 학술적 호기심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PC 부품 시장을 뒤집어엎을 명확한 비즈니스 스케일업(Scale-up) 로드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비록 당시 그가 제안했던 최초의 오디오-멀티미디어 보드 아이디어는 발렌타인에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지만, 젠슨 황이라는 리더 특유의 놀라운 생존 투지와 세일즈 역량만큼은 합격점을 받았고, 마침내 회상의 숨통을 틔워줄 소중한 초기 투자의 문을 극적으로 비집고 여는 첫 단추가 되었다.

2.4.2 초기 벤처 자금 확보의 험난한 과정

돈 발렌타인(Don Valentine)의 초기 신임이라는 간신히 붙잡은 한 가닥 동아줄만으로 거대한 칩 설계(Chip Design)의 여정을 모두 완수하기에는 현실적인 벤처의 자금줄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메말라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당시의 보수적인 벤처 투자 시장(Venture Investment Market)에서 아직 세상에 제대로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공상 과학 같은 개인용 3D 그래픽 퍼스널 컴퓨터(PC) 시장의 폭발을 장담하며 막대한 실탄을 무작정 쏟아부을 만큼 대담하고 무모한 투자자는 극히 드물었다.

더욱이 당대의 투자 트렌드(Trend)는 닷컴(.com) 붐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며 눈에 보이고 당장의 서비스가 가능한 소프트웨어(Software)나 인터넷 서비스 쪽으로 거대한 자본이 급격히 쏠리고 있었다. 반면 엔비디아(NVIDIA)가 뛰어든 하드웨어(Hardware), 특히나 막대한 공정 설계 비용과 오랜 R&D 인내의 시간을 요구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한 번 까딱 잘못하면 회수조차 불가능한 최악의 매몰 비용(Sunk Cost) 무덤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이 피 말리는 데스밸리(Death Valley)의 구간 속에서 젠슨 황(Jensen Huang)을 비롯한 세 명의 창업자는 닥치는 대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수많은 투자사를 문전걸식하듯 전전하며 수십, 수백 번의 문전박대(Rejection)를 견뎌내야만 했다. 그들은 직원들의 급여 밀림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두 번째 대출을 끌어다 쓰거나 신용카드를 돌려 막는 지독한 재정적 압박(Financial Pressure) 속에서도 결코 핵심 엔지니어들의 칩 설계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젠슨 황의 유일한 무기는, 오늘 당장의 현금 수익률이 아니라 3D 픽셀이 완전히 대중화되는 불과 몇 년 뒤의 폭발적인 독점 시장 패권이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미래 비디오 게임 화면의 폴리곤 연산량 그래프를 그려가며, 이 막대한 그래픽 병목(Bottleneck) 현상을 해결하는 유일한 열쇠가 바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가속기(Hardware Accelerator) 패러다임뿐임을 끊임없이 역설하며 이 험난한 고통의 자금 확보 시간을 피 터지게 악으로 버텨냈다.

2.4.3 제조 시설 없는 반도체 기업, 팹리스(Fabless) 모델의 전략적 선택

당시 1990년대의 절대적인 반도체 산업의 규칙(Industry Rule)은 “진정한 사나이는 스스로 자신만의 제조 공장(Fab)을 가져야 한다“는 낡은 금언으로 지배되고 있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왕 인텔(Intel)이나 AMD 같은 거대한 주류 기업들은 수조 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적인 실리콘 제조 라인을 짓고 칩의 설계부터 최말단 생산 공정까지 철저하게 일괄 통제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는 육중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갓 창업하여 직원들 월급조차 걱정해야 했던 가난한 벤처, 엔비디아(NVIDIA)에게 수조 원짜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발상은 완벽한 미친 소리에 불과했다. 이 압도적인 물리적 장벽 앞에서 젠슨 황(Jensen Huang)과 창업자들은 가장 유연하고도 지극히 실용적인 노선(Pragmatism)을 과감하게 택했다. 바로 스스로 반도체 제조 공장을 완전히 포기하고, 대신 설계(Design)와 회로 아키텍처(Architecture) 연구 개발이라는 가장 뾰족한 두뇌 코어 영역에만 회사의 모든 한정된 역량과 뼈를 깎는 자본을 100% 매몰시키는 이단적인 생태계 방식, 즉 ‘팹리스(Fabless, 제조 공장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채택이었다.

이들은 자사가 땀방울로 치열하게 완성한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설계도를 들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그리고 훗날 세계 최고의 칩 제조 위탁의 절대 강자로 성장하게 되는 대만의 TSMC 등 신흥 아시아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업체들에게 막무가내로 생산을 하청(Outsourcing)맡기는 파격적인 동맹 모험을 감행했다.

이 팹리스(Fabless) 전략은 단순히 공장 건설 비용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훗날 엔비디아가 경쟁사 대비 무어의 법칙을 박살내 버리는 속도로 새로운 아키텍처를 출시할 수 있게 만든 신의 한 수(Masterstroke)가 되었다. 굳이 무거운 물리적 기계 설비를 새로 깔고 교체하느라 발목 잡힐 필요 없이,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오직 종이 위의 설계도에만 치명적으로 빠져 속도전(Speed War)을 벌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혁명적인 팹리스 모델의 유연한 채택이야말로 초창기 엔비디아가 거대 자본들 사이에서 끈질기게 생존하여 기술 사이클의 주도권(Initiative)을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게 된 가장 위대한 구조적 기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