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엔비디아(NVIDIA)'의 탄생

2.3 ’엔비디아(NVIDIA)’의 탄생

운명적인 결의를 다진 세 사람 앞에는 가장 먼저 자신들이 세울 혁명적 벤처 기업의 얼굴이자 영혼을 상징할 ’결정적인 이름(Corporate Name)’을 정해야 하는 막연한 숙제가 놓여 있었다.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수많은 창업가들이 대개 창업자의 이름이나 지극히 직관적인 공학적 약어를 사명으로 내세우던 1990년대 초반, 이 세 명의 이단아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워딩(Wording)을 물색했다. 이들은 당시로선 다소 파격적이었던, 시각과 비전을 의미하는 근원적인 단어 조합과 더불어 대중의 강렬한 감정을 자극하는 라틴어 어원을 차용하여 마침내 ’엔비디아(NVIDIA)’라는 매혹적이면서도 기괴한 사명을 탄생시켰다.

2.3장에서는 훗날 전 세계 테크 생태계를 완벽하게 집어삼키는 그 이름, 엔비디아가 품고 있는 ’질투(Envy/Invidia)’라는 소름 돋는 원초적인 의미의 배경을 살핀다. 또한 회사가 단순히 그래픽 보드를 깎는 이류 부품 업체에 머물지 않고, CPU 중심의 시대를 전면 부정하며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종교 창시를 선포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모든 반도체 역량을 3D 그래픽(3D Graphics)이라는 이단적인 시장의 대중화에 미친 듯이 전면 베팅(All-in Betting)하게 된 회사의 설립 초기 비전 수립 과정을 풍부하게 해부한다.

2.3.1 라틴어 ’Invidia(질투)’에서 비롯된 사명의 의미

창업 초기, 세 명의 창업자는 아직 명확한 사명조차 정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모든 파일 조각과 임시 디렉토리 이름에 단순히 ’다음 버전(Next Version)’을 뜻하는 기호인 ’NV’를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임시 이니셜(Initial)에 어울릴 만한 결정적인 회사 이름을 찾기 위해 사전을 샅샅이 뒤졌다.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흔하고 지루한 ’컴퓨팅(Computing)’이나 ‘테크(Tech)’ 같은 단어들을 거부하던 그들의 눈앞에 띈 것은 라틴어 단어 ‘인비디아(Invidia)’ 였다.

이 단어는 타인의 우월함을 몹시 부러워하고 갈망하는 ’질투(Envy)’라는 매우 강렬하고 어두운 본능적 감정을 의미했다. 로마 신화에서 질투의 여신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 매혹적이고도 흠칫 놀랄 법한 이단적인 단어에서 가장 앞의 모음 ‘I’ 하나만을 살짝 제거하자, 그들이 애용하던 알파벳 조합 ’NV’로 완벽하게 시작하는 ‘엔비디아(NVIDIA)’ 라는 이름이 매끄럽게 탄생했다.

“우리가 만들어낼 압도적이고 매끄러운 3D 그래픽(3D Graphics) 연산 칩의 파괴적인 성능을 경험하게 된다면, 경쟁사들과 전 세계의 모든 PC 사용자들은 결국 우리의 기술을 질투(Envy)하여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그래픽 하드웨어의 부품 하나를 깎아 싸게 납품하여 연명하려는 평범한 이류 하청 벤처 기업이 아닌, 오만하리만치 모든 경쟁자가 시기하고 쩔쩔맬 궁극의 시각적 카르텔(Cartel)을 만들겠다는 이 세 청년 엔지니어들의 초창기 야심(Ambition)은, 이 기묘하고도 폭력적인 질투라는 사명을 통해 세상에 가장 강렬한 첫인상을 아로새겼다. 눈을 번뜩이며 컴퓨터 모니터를 집어삼킬 듯한 특유의 짙은 녹색 눈(Green Eye) 형태 로고(Logo) 역시, 이 질투심으로 이글거리는 매서운 시선을 형상화한 완벽한 은밀한 표식이었다.

2.3.2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새로운 비전의 수립

세 명의 창업자가 데니스(Denny’s) 식당의 거친 테이블 위에서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했던 것은 바로 당대 컴퓨터 생태계를 완벽하게 장악한 절대자원 ’중앙집권적 CPU 연산’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워드프로세서 문서를 처리하거나 스프레드시트를 계산하는 데에는 단일 코어 중심인 인텔(Intel) CPU의 관료적인 직렬 연산(Serial Processing)이 무척 훌륭했지만, 이 낡은 구조는 초당 수십만 개의 좌표를 동시에 렌더링(Rendering)해야 하는 다이내믹 3D 그래픽의 무자비한 입출력 앞에서는 무참히 멈춰버리는 끔찍한 병목(Bottleneck)을 발생시켰다.

이에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핵심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컴퓨팅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이라는 혁명적인 설계 비전(Vision)을 시장에 과감하게 선포했다.

이는 범용적인 계산 방식은 기존처럼 똑똑한 CPU가 처리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되, 3D 그래픽 모델링 부품 연산과 같이 데이터의 형태가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 동시에 수만 조각의 데이터를 병렬(Parallel)로 미친 듯이 연산해야만 하는 극단적 특수 연산 임무에 있어서는 완전히 독립된 형태의 보조 가속 칩(Accelerator Chip) 프로세서가 그 권한을 전면 통째로 위임받아 처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혼용 구조(Hybrid Architecture)를 의미했다.

당시 주류 시장의 엘리트 칩 공학자들은 CPU만 계속 더 빠르고 강하게 키우면 만사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하드웨어 무어의 법칙(Moore’s Law) 한가운데 깊숙이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이 거대한 흐름에 철저하게 역행하며, 앞으로 펼쳐질 방대한 스케일의 시각 정보 폭증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오직 ’가속기(GPU)’라는 변종 칩 하나에만 막대한 칩 공정을 과감하게 이주시키는 가장 선구안적이고 실용적인 기술 분산의 징검다리를 최초로 확립한 것이다.

2.3.3 특화 칩을 통한 3D 그래픽 대중화에 모든 것을 베팅하다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위대한 청사진을 마련한 엔비디아(NVIDIA)가 직면한 당장의 가장 서늘하고 잔혹한 현실은, 사실 이 엄청난 스펙의 특수 병렬 연산 가속 칩을 사줄 실질적인 대형 기업의 고객 시장(Market Pool)이 당장에는 지구상 어디에도 변변치 않게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1993년 당시, 비디오 게임 시장은 콘솔 전용 기기나 무겁고 거대한 아케이드 오락실 기계들의 폐쇄된 철옹성 전유물이었고, 개인용 컴퓨터(PC) 게임 분야는 조악한 도트 이미지로 점철된 극도의 불모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슨 황(Jensen Huang)을 필두로 한 이 세 명의 위험한 이단아들은 전무후무하게 폭력적인 ’단기 베팅(Short-term Betting)’을 감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초기 투자금 모든 예산을 단 하나, ’가정용 PC 시장에서의 3D 그래픽 게임 대중화’라는 환상 같은 비전 하나에 통째로 쏟아붓는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특히 폭발적인 3D 비디오 게임(3D Video Game) 시장의 압도적인 성장은 곧 피할 수 없는 쓰나미다. 대중은 지금의 평면적인 문서 화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가상 공간(Virtual Space)의 경험을 갈구할 것이며, 그 미칠 듯한 계산량을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가 설계하는 이 특수 가속 칩뿐이다.”

전문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이나 항공기 시뮬레이션 연구소에서나 다루던 수만 달러짜리 고가의 3D 처리 연산을, 단돈 수백 달러에 불과한 값싸고 보편화된 대중의 PC 확장 슬롯 안에 통째로 쑤셔 넣어 이식시켜 버리겠다는 오만하고도 거대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 이것은 초창기 자본이 바닥을 드러내는 벤처 기업으로서는 끔찍하게 높은 승률의 자살 행위(Suicide Mission)로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Gamer)라는 가장 폭발적이고 충성스러운 자발적 소비군단(Consumer Army) 전체를 통째로 자신들의 돈줄 생태계(Ecosystem)에 묶어버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기적 도박(High-Stakes Gamble)의 출발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