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세 명의 엔지니어, 미래를 설계하다

2.2 세 명의 엔지니어, 미래를 설계하다

단순명료하면서도 원대한 비전(Vision)은 결코 한 명의 완벽한 천재성만으로 세상에 구현되지 않는다. 1993년의 캘리포니아,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직관적 세일즈(Sales) 감각을 지녔으나 하드웨어 깊은 곳의 코어 아키텍처(Architecture)를 홀로 밑바닥부터 깎아낼 수는 없었던 젠슨 황(Jensen Huang). 그리고 천재적인 3D 그래픽 병렬 설계의 청사진(Blueprint)을 품고 있었으나, 이를 막대한 자본 시장(Capital Market)에 매력적인 상품으로 팔아치울 ’스피커(Speaker)’가 절실했던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와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

2.2장에서는 각기 다른 회사에서 실무적 훈련을 거치며 각자의 치명적인 결핍을 안고 있던 이 세 명의 아웃라이어(Outlier)들이, 어떻게 데니스(Denny’s) 식당이라는 가장 초라하고 평범한 무대 위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살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3D 그래픽 연산 부문의 미친 잠재력을 알아본 세 명의 엔지니어. 세상의 비웃음과 기술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완벽한 퍼즐 조각이 되어 가장 극적이고도 위대한 결의(Resolution)를 다지게 된 1993년의 그 뜨거웠던 어느 밤의 대화를 풍부하게 재구성해 본다.

2.2.1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의 만남과 각자의 전문성

창업을 위한 완벽한 드림팀(Dream Team)의 결성은 종종 실무 현장에서의 깊은 좌절과 불만족에서 출발한다. 당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거대 통신 장비 및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 회사였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에는, 주류 CPU 설계 팀의 오만함과 관료주의에 밀려나 속으로 깊은 환멸을 품고 있던 두 명의 걸출한 천재 엔지니어가 있었다. 칩 설계 시스템 전반을 부드럽게 조율하는 뛰어난 전략적 안목을 지닌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 그리고 구글(Google) 같은 거대 기업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3D 그래픽을 병렬(Parallel)로 고속 렌더링(Rendering)하는 데 완전히 미쳐있던 아키텍처의 마법사형 천재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이었다.

이들은 기존 컴퓨터의 순차 처리 아키텍처(Architecture)의 한계를 부수고, 특수 목적의 그래픽 카드(Graphic Card) 혁명을 꿈꾸며 회사를 나와 창업을 모의했다. 그러나 이 두 명의 전형적인 ’책상형 천재’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들이 머릿속에 구상한 수백만 폴리곤(Polygon) 처리 구조의 아름다운 설계도를 세상의 콧대 높은 벤처 투자자(VC)들에게 가져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 ’시장 친화적이고 공격적인 세일즈 엔진(Sales Engine)’이 완벽하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때 그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바로 과거 협력사였던 LSI 로직(LSI Logic)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젠슨 황(Jensen Huang)**이다. 당시 그는 현장의 지독한 반도체 공학적 지식은 물론이고, 거친 고객사들의 멱살을 잡고 협상하는 탁월한 비즈니스 스킬(Business Skill)과 언변마저 완벽하게 장착한 무서운 전천후 인재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결국 각기 다른 기술 폭발의 파편을 쥐고 있던 이 세 사람은, 하드웨어(Hardware)와 비전 캐스팅(Vision Casting), 그리고 세일즈(Sales)라는 가장 완벽하고 균형 잡힌 삼각편대(Triumvirate)를 이루어 비로소 역사적인 창업의 출발선(Starting Line)에 함께 서게 되었다.

2.2.2 실리콘밸리 데니스(Denny’s) 식당에서의 아이디어 회의와 결의

화려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이면, 샌너제이(San Jose) 고속도로 변에 위치한 흔하고 매연 가득한 24시간 프랜차이즈 식당 ‘데니스(Denny’s)’. 대개 늦은 밤 트럭 기사들이나 야간 교대조 노동자들이 저렴한 커피를 마시며 피로를 달래는 이 초라한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하게 될 반도체 제국 엔비디아(NVIDIA)의 가장 위대하고도 신성한 물리적 요람(Cradle)이 되었다.

과거 학생 시절 이곳 데니스에서 오랜 기간 웨이터(Waiter) 아르바이트를 하며 참을성과 철저한 세일즈(Sales)의 생리를 터득했던 젠슨 황(Jensen Huang)에게 이 장소는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 곳이었다. 1993년의 늦은 밤, 직장에서 퇴근한 젠슨 황과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 세 사람은 이 익숙한 데니스의 가장 구석진 테이블을 임시 작전 본부(Command Center) 삼아 마주 앉았다. 웨이트리스가 쉴 새 없이 채워주는 진한 싸구려 블랙 원두커피 속에서, 이들은 수십 장의 종이 냅킨(Napkin) 위에 볼펜으로 미끄러지듯 3D 그래픽 연산의 미래 아키텍처(Architecture) 다이어그램을 앞다투어 그려 내려갔다.

“비디오 게임의 폭발적 진화가 곧 지금의 딱딱한 PC 화면을 통째로 영화관처럼 렌더링(Rendering)하는 시대로 우리를 강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괴물 같은 가속기 칩(Accelerator Chip)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주변 테이블의 시끄러운 접시 부딪히는 소리 속에서도, 미래를 읽어낸 세 청년 눈빛의 광기는 점점 또렷해졌다. 마침내 젠슨 황 30세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던 1993년 초, 이들은 테이블 위 흥건한 커피 자국 속에서 막대한 연봉이 보장된 각자의 기득권과 안전한 회사를 미련 없이 영원히 떠나기로 결의(Resolution)한다. 인류 그래픽 혁명을 이끌 위대한 벤처 기업의 닻이 오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