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혁신을 이끄는 인재 밀도와 '엔비디언(Nvidian)'의 조건

14.5 혁신을 이끄는 인재 밀도와 ’엔비디언(Nvidian)’의 조건

어설픈 대기업 관리자 10명과 피 말리는 천재 오타쿠 엔지니어 1명 중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 넷플릭스(Netflix)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부르짖었듯, 젠슨 황(Jensen Huang) 역시 무능하고 정치적인 직원이 조직에 퍼뜨리는 독극물을 극도로 혐오한다.
엔비디아(NVIDIA)는 직원 수만 3만 명이 넘는 공룡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무능한 월급 루팡들을 무자비하게 박멸하고 지구상 최고의 지적 두뇌들만 모아 압축해 놓은 무시무시한 용광로와 같다.

이 14.5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서 높은 연봉을 받던 세계 최고의 천재들을 엔비디아라는 숨 막히는 작업장으로 끌려오게(?) 만드는지. 그들을 열광케 하는 ‘자율성(Autonomy)’‘압도적 부의 분배(Stock Option)’ 를 조명한다.
나아가 일주일에 7일을 근무할 정도로 극한의 하드코어 정신 노동 지옥 속에서도 그 기괴한 인재들이 어떻게 회사를 탈주하지 않고 시가총액 1위의 영토를 미친 듯이 박박 기며 넓혀가는지, 이른바 ‘엔비디언(Nvidian)’ 이라 불리는 최상위 0.1% 두뇌 괴물들의 생태계 유지 비결을 파헤친다.

14.5.1 최고가 최고와 일하게 만드는 환경과 자율성

세계 최고의 명문대 수석 졸업자나 타 대기업의 C급(최우수) 핵심 인재들을 스카우트할 때, 젠슨 황(Jensen Huang)은 결코 구내식당의 공짜 초밥이나 헬스장 같은 얄팍한 복지로 그들을 꾀어내지 않는다. 어차피 억대 연봉을 받는 그런 천재들에게 밥값은 사소하다.
대신 그가 제시하는 악마의 계약서는 바로 “너의 평생소원인 그 미친 아이디어를, 넌 간섭 없이 마음껏 설계해 볼 수 있다” 는 극단적 자율성(Autonomy)의 보장이다.

엔비디아(NVIDIA)에 입사한 천재들은 위에서 내려온 촘촘한 기획서대로 톱니바퀴 코딩만 하는 부속품 취급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제기하고, 직접 팀을 모아 설계도를 그리고, 칩의 프로토타입을 구워낼 때까지 무지막지한 권한을 손에 쥔다.
이보다 더 무서운 점은 바로 ‘동료의 수준’ 이다. 내가 짠 난해한 양자역학 코드를 구글의 동료 10명은 이해하지 못해 설명하느라 진이 빠졌다면, 이곳 엔비디아 식당에서는 옆자리 직원에게 툭 던지니 “그 알고리즘보단 이게 낫지!“라며 10초 만에 완벽한 피드백이 돌아온다.

’A급 천재(A-player)’가 가장 열광하는 최고의 복지는 바로 일할 맛 나게 만드는 ’또 다른 A급 천재들의 득실거림’이다. 엔비디아는 무능한 B급 직원을 섞어 넣지 않고 최고 밀도의 A급들만 가둬놓음으로써, 천재들이 서로의 지능에 질투를 느끼고 도전을 받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미친 듯이 밤새 코딩을 하게 만드는 가장 가학적이고 완벽한 지능 배양 시스템을 완성했다.

14.5.2 주인의식(Ownership)을 부여하는 막대한 보상 체계

회사가 수십 퍼센트씩 영업 이익을 낼 때, 그 과실을 특정 주주나 임원진이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결코 직원들의 극한 노동을 끌어낼 수 없다. 젠슨 황(Jensen Huang)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전 직원의 영혼을 회사에 귀속시켰다. 바로 기형적으로 거대한 ‘자사주 스톡옵션(RSU)’ 보상 체계다.

엔비디아(NVIDIA)에서는 임원뿐만 아니라 평범한 대졸 신입 엔지니어조차도 연봉의 막대한 비율을 회사의 주식(RSU)으로 지급받는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수년 사이 10배, 20배 폭등하면서, 일반 부장급 핵심 엔지니어들조차 손에 쥐게 된 자산이 수십억 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기이한 ‘수만 명의 사내 백만장자(Millionaire) 사단’ 이 탄생하게 되었다.

회사의 주가가 곧 내 통장 잔고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굳이 상사가 일하라고 채찍질할 필요가 없다. 옆 부서에서 프로젝트가 터져 주가가 폭락할 위기에 처하면, 그들이 나쁜 소식을 은폐하기는커녕 내 돈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벽 2시에도 슬리퍼를 끌고 나와 밤을 새워 코드를 고쳐버린다.
“우리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허망한 대기업의 구호를 젠슨 황은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적나라한 ’주가 연동망’으로 치환시켰고, 이 달콤한 스톡옵션의 족쇄는 직원들을 완벽한 ’자발적 자본가 겸 노예’로 묶어 두었다.

14.5.3 높은 업무 강도 속에서도 낮은 이직률을 유지하는 비결

새벽 3시까지 메일이 날아오고 주말에도 칩의 발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말 그대로 수명을 깎아 먹는 하드코어한 업무 강도. 그러나 놀랍게도 엔비디아(NVIDIA)의 자발적 퇴사율은 약 2.7% 로(최근 기준), 실리콘밸리 거대 빅테크들의 평균 퇴사율(약 10~15%)과 비교해 기형적으로 낮다. 이미 주식으로 평생 먹고살 돈을 번 백만장자 직원들이 왜 퇴사하고 휴양지로 떠나지 않을까?

스톡옵션의 ‘베스팅(Vesting, 주식 부여 한도 기간)’ 구조 등 재무적 족쇄도 한몫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회사로 이직해 보았자 그들을 절망케 할 ‘지루함(Boredom)’ 에 있다.
엔비디아처럼 지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Hardest Problem)에 무제한의 예방 주사를 꽂아주며 놀게 해주는 회사가 지구상에 전무하기 때문이다. 구글(Google)이나 메타(Meta)로 이직해 봤자 똑똑한 바보 동료들과 사내 정치나 하며 광고 배치나 바꾸는 지루한 파워포인트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뼛속까지 안다.

결국 이들은 수백억의 잔고가 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이번 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에서 1나노미터를 더 줄일 수 있을까?“라는 순수한 공학적 갈증 하나에 미쳐 스스로 불나방처럼 회사로 출근한다. 실패를 처형하지 않는 안전망(14.1장)과 계급장 뗀 수평적 싸움판(14.2장) 위에서, 인류 연산의 한계라는 거대한 마약에 중독된 ’엔비디언(Nvidian)’들의 이 병적인 몰입이야말로 세상 어떤 무기로도 깰 수 없는 엔비디아 제국의 가장 단단한 코어 장갑(Armo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