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비전의 공유와 동기부여

13.4 비전의 공유와 동기부여

아무리 뛰어난 천재 엔지니어들을 수만 명 끌어모아 억대 연봉을 쥐여준다고 해도, 똑같은 반도체 부품 칩을 하루 15시간씩 설계하는 가혹한 막노동을 오랫동안 버텨낼 사람은 없다.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우리는 화성에 갈 것이다“라는 뽕(?)을 놓아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의 밤샘을 정당화하듯, 젠슨 황(Jensen Huang) 역시 직원들의 영혼을 빨아들여 미친 듯한 몰입을 끌어내는 세계 최고의 종교적 ’스토리텔러(Storyteller)’다.

이 13.4장에서는 무기력해지기 쉬운 거대 기업의 부속품 같은 직원들을 어떻게 광신도적인 혁명 전사로 탈바꿈시키는지 그 비전(Vision)의 동기부여 방식을 분석한다.
단순한 1과 0의 픽셀 그래픽을 쏘아주던 기술이 어떻게 “우주와 암세포의 비밀을 푸는 슈퍼컴퓨터“라는 신의 미션으로 둔갑하는지(13.4.1), 그리고 전 세계 이공계에서 손꼽히는 가장 역겨울 정도로 까다로운 구글과 인텔 출신의 탑급 인재(Top Talent)들이 왜 엔비디아(NVIDIA)에 들어와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자발적인 헌신을 바치는지(13.4.2) 젠슨 황 특유의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 철학을 조명한다.

13.4.1 단순한 기술을 위대한 미션으로 탈바꿈시키는 스토리텔링

과거 엔비디아(NVIDIA) 직원들의 부모님들은 “내 아들이 게임기 칩 속도나 올리는 실리콘 오락실 회사에 다닌다“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젠슨 황(Jensen Huang)은 똑같은 구리선과 실리콘 덩어리 위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선포했다.

“우리는 총 쏘는 게임의 픽셀 나부랭이나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회사가 아니다. 우리는 인류가 풀지 못한 난치병의 단백질 구조를 해석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을 슈퍼컴퓨터로 예측하여 지구를 구하며, 궁극적으로 인조인간(AI)이라는 인류 최고의 동반자에게 심장을 선물하는 ‘시간 기계(Time Machine)’ 를 짓고 있는 위대한 개척자들이다!”

그는 자신들의 기술을 설명할 때 ‘몇 기가헤르츠(GHz)’, ‘전력 감소’ 같은 칙칙한 공대 기믹어들 대신, ‘새로운 생태계’, ‘인류의 지능 빅뱅’, ’Omniverse(우주)’와 같은 거대하고 철학적인 텍스트를 듬뿍 끼워 넣는다. 이 압도적이고 직관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제품을 사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최면을 걸었지만, 가장 먼저 그 옥탑방에서 칩을 설계하는 직원들의 뇌수를 세뇌시켰다.
단순한 코더(Coder)에서 지구의 물리적 구원자로 스스로를 승격시킨 직원들은 엄청난 자부심(Pride)으로 무장한 채 밤을 새웠다. 비전의 서사 하나로 싸구려 반도체 납품 회사를 우주적 차원의 사명 공동체로 변모시켜 버린, CEO가 가진 최고의 언어 권력이었다.

13.4.2 최고의 인재(Top Talent)들이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만드는 법

엔비디아(NVIDIA)의 입사 면접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변태적이고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다. 젠슨 황(Jensen Huang)은 어설픈 인재 10명보다, 한 명의 ’미친 천재(Top Talent)’가 세상을 바꾼다고 맹신한다. 하지만 천재들은 대체로 오만하며 남의 밑에서 일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자들이다.

젠슨 황이 이 역겨울 정도로 도도한 천재들을 자발적으로 밤새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단순한 돈(연봉)에 있지 않다. 바로 ‘난제(Hardest Problem)에 대한 열망의 자극’ 에 있다.
“당신이 우리 회사에 오면, 나는 당신에게 일하기 좋은 카페테리아나 푹신한 소파 따위를 약속하지 않겠다. 대신 구글(Google)이나 애플(Apple)에서는 영원히 경험할 수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연산의 난제를 당신의 책상 위에 매일 던져 주겠다. 그리고 당신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세상을 바꾸는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계해 볼 수 있는 절대 권한을 주겠다.”

이 도발은 지적 허영에 목마른 세계 최고의 천재 엔지니어들의 숨통을 정확히 가격했다. 시키는 코드 일부만 복사 붙여넣기 하던 타 대기업의 삶을 혐오한 천재들은, 자기 손으로 수조 달러짜리 AI 시스템의 신경망을 밑바닥부터 짤 수 있다는 유혹에 미친 듯이 이끌려 제 발로 엔비디아라는 지옥의 용광로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스스로를 인류 기술의 최전선(Frontier)에 서게 해 주었다는 자부심 아래, 그 천재들은 누구의 감시 없이도 영혼을 갈아 넣어 회사를 멱살 잡고 캐리하는 가장 강박적인 헌신(Commitment)을 자발적으로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