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검은 가죽 잠바의 숨은 의미
매년 열리는 엔비디아(NVIDIA)의 개발자 콘퍼런스이자 사실상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신제품 공개 제단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이 무대에 오르는 젠슨 황(Jensen Huang)의 복장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체형에 꼭 맞는 검은색 가죽 잠바(Leather Jacket), 그리고 검은 티셔츠와 바지.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억만장자 CEO들이 때로는 허리띠를 푼 반바지 차림이거나(마크 저커버그) 때로는 깔끔한 브루넬로 쿠치넬리 스웨터를 입는다 하더라도, 젠슨 황의 이 일관된 파격적인 아재(?) 패션 앞에서는 묘한 카리스마의 기가 꺾이곤 한다.
13.1장에서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배를 이끄는 선장의 굳건한 정신적 닻(Anchor)이자, 가장 치열하고 위험한 전장에서 절대 장갑을 벗지 않겠다는 결연한 전투복으로 기능하는 ’검은 가죽 잠바’의 철학적, 경영학적 의미를 뜯어본다.
13.1.1 일관성과 몰입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룩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넥타이를 매야 할지 고민하는 데 에너지를 단 1초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 모든 뇌의 연산력은 오직 세계 최고의 칩을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결단하는 데 써야만 한다.”
검은 가죽 잠바는 젠슨 황(Jensen Huang)의 인지적 에너지(Cognitive Energy) 를 절약하기 위한 극단적인 ’포맷화’의 산물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원천 봉쇄해 버리기 위해, 그는 자신의 옷장을 똑같은 톰 포드(Tom Ford)나 지방시(Givenchy)의 검은 잠바 수십 벌로 복사 붙여넣기 해버렸다.
이 지독한 ’일관성(Consistency)’은 창업자인 그 자신의 외형을 엔비디아(NVIDIA)라는 브랜드 그 자체로 물아일체(物我一體) 시키는 놀라운 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다. 사람들은 거대한 AI 연산 칩을 떠올릴 때 복잡한 실리콘 트랜지스터 그림 대신, 두 손을 번쩍 치켜든 가죽 잠바의 남자를 본능적으로 떠올린다. 덥든 춥든, 공식 인터뷰든 술자리든 옷을 갈아입지 않는 이 기괴한 집착. 그것은 곧 엔비디아가 어떠한 바람이 불더라도 오로지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라는 한 우물만 미친 듯이 파고 들어가겠다는 지독한 황소고집과 100% 동기화된 완벽한 시그니처(Signature)였다.
13.1.2 격식보다 본질과 실용을 중시하는 태도
과거 거대 담론을 쥐고 흔들던 아이비엠(IBM)이나 인텔(Intel)의 양복쟁이 회장들은 넥타이를 조여 매고 구두를 번쩍광 내고서 주주들을 맞이하는 것이 권위라고 믿었다. 하지만 대만 이민자 출신이자 식당 바닥을 청소하며 자란 젠슨 황(Jensen Huang)은 이런 겉치레 문화를 뼛속 깊이 혐오했다.
가죽 잠바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입는 노동자와 라이더의 옷이다. 찢어지지도 않고 쉽게 기름때가 묻어나지도 않는 극도의 ‘실용성(Practicality)’ 전투복. 이것은 엔비디아(NVIDIA)의 조직 문화를 관통하는 본질 그 자체다.
“나에게 화려한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만들어 오느라 밤새지 마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제보다 1나노미터(nm) 더 작은 칩을 설계했느냐일 뿐이다!”
그가 최고경영자(CEO)임에도 불구하고 격식이란 허울을 스스로 벗어던짐으로써, 엔비디아의 수만 명의 괴짜 천재 개발자들 역시 회사에서 수장을 만날 때 옷매무새를 다듬거나 예의를 차릴 필요 없이, 오직 자신들의 ‘미친 아이디어와 결과물’ 그 본질 하나만으로 젠슨 황에게 다가가 논쟁할 수 있는 거칠고도 순수한 록밴드 같은 문화를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