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모빌리티 혁명의 넥스트 스텝과 도전 과제
엔비디아(NVIDIA)가 세상 모든 자동차의 대시보드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슈퍼 칩(Thor)을 박아 넣겠다는 무시무시한 야망을 선포했지만, 그들을 둘러싼 전쟁터(Battlefield)는 결코 만만한 뒷골목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가장 규제가 살벌하며, 목숨이 직결된 오프라인 산업의 최종 방어선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이 마지막 11.6장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연산 권력으로 모빌리티를 씹어 삼키는 엔비디아가 맞닥뜨린 치명적인 경쟁의 칼날과 사회적 장벽을 해부한다.
독자적인 완전 자율주행(FSD) 칩 구조로 생태계 흡수 자체를 원천 봉쇄해버린 거대한 적폐 테슬라(Tesla) 부터, 모바일 스냅드래곤(Snapdragon)의 권력을 차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폭군 퀄컴(Qualcomm) , 그리고 수십 년 카메라 짬바(?)로 저비용 자율주행 시장을 갉아먹는 모빌아이(Mobileye) 까지의 살벌한 피 튀기는 삼국지 경쟁 구도를 다룬다.
나아가 초거대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핸들을 돌리는 완전 자율주행(Level 4, Level 5)의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 시스템의 전력 소모량, 법적 책임 소망이라는 제도적 허들(Hurdle)을 엔비디아가 어떻게 파괴해 나가고 있는지 가늠해 보자.
11.6.1 테슬라(FSD), 모빌아이, 퀄컴과의 자율주행 칩 주도권 경쟁
엔비디아(NVIDIA)의 드라이브(DRIVE) 플랫폼이 자동차 회사 연합군에게 팔리고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고고하고 폐쇄적인 제국, 테슬라(Tesla) 가 있었다. 테슬라는 일찍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똘끼 다분한 고집 아래 “엔비디아의 비싸고 뜨거운 칩 따위 안 쓴다. 오직 테슬라 자동차 환경만을 위해 군더더기를 다 쳐낸 자체 자율주행 침(FSD Chip)을 만들겠다“며 수억 달러를 퍼부어 독자 노선을 개척했다. 엔비디아에겐 생태계에 절대 포섭되지 않는 가장 흉포한 경쟁자이자 가시였다.
뿐만 아니라 하위 시장에서도 살벌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저렴하고 직관적인 ‘카메라 비전(Vision)’ 기술 하나로 고속도로 차선 유지 시장(ADAS)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이스라엘의 천재 기업 모빌아이(Mobileye, 현 인텔 소속) 는 “엔비디아의 비싼 컴퓨터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낭비“라며 저가형 시장에서 제조사들의 발목을 질척하게 붙잡고 있었다.
여기에 모바일 스마트폰 AP(두뇌) 시장의 영원한 황제, 퀄컴(Qualcomm) 이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무기로 차량 실내 디스플레이 시장을 압도하더니 “우리도 칩 하나 스냅드래곤 라이드(Snapdragon Ride)로 자율주행 다 해쳐 먹겠다!“며 젠슨 황(Jensen Huang)의 뒷덜미를 거칠게 낚아챘다.
엔비디아의 극강 연산력, 테슬라의 독자 실무 데이터파워, 모빌아이의 저전력 가성비 전략, 퀄컴의 모바일 통신 장악력이 아스팔트 위에서 격돌하며, 자동차의 뇌수를 놓고 벌이는 실리콘밸리 반도체 공룡들의 전쟁은 그 어떤 IT 시장보다도 가장 막대한 현찰과 피가 튀는 잔혹한 춘추전국 도살장으로 변모하였다.
11.6.2 완전 자율주행(레벨 4/5) 상용화를 향한 기술적, 제도적 허들
칩 연산력이 테라급에서 페타급(PFLOPS)으로 괴물처럼 폭발해도, 현실의 아스팔트 위에서 운전석을 완전히 비워버리는 완전 자율주행(레벨 4 및 레벨 5) 시대를 여는 것은 반도체 기술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가장 잔혹한 딜레마(Dilemma)는 바로 ‘전력 소모와 방열’ 의 저주였다. 엔비디아(NVIDIA)가 자랑하는 초거대 신경망 칩 보드는 수천 와트(W)의 전기를 집어삼키는 전기 먹는 하마였다. 배터리 1%가 아쉬워 에어컨 켜기마저 벌벌 떠는 전기차(EV)에, 가동 중 미친 듯이 열을 내뿜으며 주행거리 수십 km를 갈아먹는 무거운 트렁크 슈퍼컴퓨터를 욱여넣는 것은 기계공학적으로 끔찍한 난제였다.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비)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엔비디아 칩은 영원한 실험실의 값비싼 장난감에 머물 통계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게다가 기술보다 더 험악한 콘크리트 장벽은 바로 ‘인간의 제도와 법적 책임’ 이었다. 인공지능이 무단 횡단하는 아이와 브레이크 고장 난 트럭 사이에서 하나의 목숨만 살려야 한다면, 누구를 치고 피해갈 것인가? (트롤리 딜레마). 만약 무인 로보택시가 빗길 원인 불명의 오류로 보행자를 날려버렸을 때, 그 거액의 민형사상 합의금과 교도소행은 칩 제조사(엔비디아)가 질 것인가, 자동차 메이커(벤츠)가 질 것인가?
결국 완전 무결점의 알고리즘을 짰다고 우겨대더라도 인간 문명의 보수적인 법전과 보험사의 약관(Liability)이 칩 제조사와 자동차 회사의 멱살을 잡고 풀어주지 않는 한, 진정한 운전대 해방의 날은 무한정 지연될 수밖에 없는 두꺼운 족쇄로 남아, 젠슨 황(Jensen Huang)의 찬란한 모빌리티 제국을 현실의 흙바닥에 아슬아슬하게 매어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