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데니스(Denny's) 식당에서의 위대한 결의

1.4 데니스(Denny’s) 식당에서의 위대한 결의

수백조 원, 혹은 수천조 원 규모의 거대한 자본과 엔지니어링 생태계를 움직이는 현대적인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Big Tech Era)들이, 대개 외관이 화려하고 투명한 유리창이 번쩍이는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최첨단 인큐베이터(Incubator) 시설이나 막대한 벤처 자본이 숨 쉬는 호화로운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의 고층 회의실에서 그 위대한 첫걸음을 시작할 것이라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순진하고도 안일한 오산이다. 오늘날 인공지능(AI)과 가속 병렬 연산(Accelerated Computing)의 시대를 주름잡으며 명실상부한 시가총액 세계 1위의 우뚝 선 반도체 제국 엔비디아(NVIDIA)의 길고 긴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이고 신성한 창업의 발원지(Origin)는 바로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Area) 외곽의 한적한 도로변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던 허름하고 기름내 나는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의 한쪽 구석 테이블이었다.

매우 흥미롭고 극적인 우연의 일치로, 이곳 미국 각지의 뻔한 프랜차이즈 식당 데니스는 청년 시절의 학부생 젠슨 황(Jensen Huang)이 매일같이 고된 웨이터(Waiter) 아르바이트를 하며 젊은 날의 수많은 슬럼프와 고객들의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주문, 불평불만을 직접 온몸으로 응대하면서 세일즈(Sales)의 가장 훌륭한 기본기와 철저하게 타인을 설득하는 인내심(Patience)을 몸소 체득하던, 그의 가장 상징적이고 다분히 개인적인 요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려 10여 년의 수많은 세월이 빠르게 흐른 1993년의 어느 날 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빈틈없고 유능한 기술 영업 경영인으로 탁월하게 성장한 그는 전혀 다른 신분으로 바로 이 익숙하고 낡은 식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대 실리콘밸리 최고의 하드웨어 설계 공학자 동료 두 명과 함께, 웨이트리스가 끊임없이 리필해 주는 싸구려 커피잔을 밤새도록 쉼 없이 기울이며 인류 컴퓨터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도 혁명적인 컴퓨팅 구조의 역모(Conspiracy)를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끈질기게 모의하기 시작한다.

1.4장에서는 오직 막강한 단일 코어의 중앙처리장치(CPU)만이 컴퓨터 시스템 아키텍처의 유일무이한 주인공이라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매우 보수적이고 고루했던 시대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반항기와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똘똘 뭉친 세 명의 젊은 엔지니어가 완전히 변방의 기술에 불과했던 3D 그래픽(3D Graphics)이라는 가장 이단적이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향해 그들의 전 인생과 막 걸음마를 떼려는 회사의 운명을 건 위대한 결의(Resolution)를 다지게 되었는지, 그 뜨겁고도 숨 가빴던 1993년 밤의 데니스 테이블 회동(Denny’s Meeting) 속으로 독자들을 직접 깊숙이 안내해 본다.

1.4.1 PC 시대의 개막과 3D 그래픽의 잠재력 발견

1990년대 초반, 과거 투박하고 거대했던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는 마침내 거대한 기업의 차가운 전산실이나 대학 연구소라는 소수 엘리트들의 높다란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대신 전 세계 일반 소비자와 보통 가정의 좁은 방구석 한 켠으로 미친 듯이 스며들며 본격적인 대중화의 성대한 개막(Dawn of PC Era)을 찬란하게 알리고 있었다. 당시 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컴퓨터 시스템 내부의 시장 생태계를 철저하게 통치하는 절대적인 구조적 황제는 누구였을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윈도우 운영체제(Windows OS)를 가장 완벽하게 온전히 구동시키던 반도체 제국 인텔(Intel)의 막강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중앙처리장치(CPU)였다. 그 어떤 막강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나 역량이 뛰어난 천재 칩 설계자라 할지라도 이 견고히 요새화된 CPU 전용 시장에 구태여 감히 발을 들이는 것은, 폭주하는 거대한 인텔이라는 무적의 화물 열차 앞에 그저 맨몸으로 뛰어드는 가장 어리석고 무모한 자살 행위(Suicide Mission)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외곽의 데니스(Denny’s) 레스토랑의 커피 얼룩진 구석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세 명의 젊은 비저너리(Visionary) 엔지니어들은, 이 잔혹한 승자 독식(Winner-takes-all)의 폐쇄적인 CPU 시장을 그 어떤 일말의 미련도 없이 과감하고 철저하게 포기했다. 자신들의 회로 기판을 구겨 넣을 전장은 그곳이 아니었다. 대신 그들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통찰력 있는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의 조악한 텍스트 픽셀(Pixel)과 여전히 단조로운 2D의 평면 화면을 훌쩍 뛰어넘어, 장차 다가올 화려하고 압도적인 깊이감을 자랑하는 새로운 생태계인 가상 공간(Virtual Space)에 강력하고 확고하게 꽂혀 있었다.

이들은 인간의 본원적인 시각 체계가 그 어떤 훌륭하고 방대한 문서와 텍스트 데이터의 열거보다, 화면 속에서 실시간으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3D 그래픽(3D Graphics)’과 화려한 멀티미디어(Multimedia) 정보에 본능적으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매료될 것임을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확신에 차게 꿰뚫어 보았다. 과거 그들 각자의 경험 법칙에 따르면 기술 발전의 가파른 곡선 끝에는 연산 데이터가 아니라, 완벽하게 시각화된 화려한 가상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컴퓨터는 앞으로 단순한 엑셀 회계 계산기나 전자 문서 타자기를 훌쩍 뛰어넘어, 사용자에게 가장 완벽하고 강렬한 몰입감(Immersion)을 선사하는 궁극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극장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수백만, 수천만 개의 폴리곤(Polygon, 3D 모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다각형 입체)을 모니터 화면에 초당 60프레임 이상의 경이롭고 부드러운 속도로 쏟아붓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오직 순차적으로 하나씩만 계산해 내는 지금의 미련하고 무거운 인텔 CPU 아키텍처로는 도저히 이 막대하고 폭력적인 렌더링(Rendering) 연산 과정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

그들은 이 엄청난 픽셀 생성 연산의 가혹한 병목 현상(Bottleneck)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오직 수많은 픽셀과 그래픽 데이터를 동시에 수백 줄기로 나누어 병렬로 처리(Parallel Processing)하는 것 하나만을 기형적일 정도로 전문화시킨 전혀 독립된 완전한 별도의 특수 가속 프로세서 칩을 구상했다. 즉 훗날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라고 명명될 극단적이고도 변태적인 구조의 변종 반도체 칩 시장 수요가 향후 수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휴화산처럼 거대하게 폭발하게 될 것이라는 소름 돋는 시대적 잠재력(Potential)을 일천구백구십년대에 선구안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정확하게 발견해 낸 것이다.

1.4.2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의 운명적 만남

아무리 혁명적이고 번뜩이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일지라도 세상의 판을 흔들 창업을 위한 완벽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은 결코 젠슨 황(Jensen Huang) 한 명 단독의 비대한 머리에서 온전히 탄생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통신 장비 칩 설계 전문이자 강력한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 시장의 선도 강자였던 기업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에는, 주류(Mainstream) CPU 설계 라인의 관료주의적이고 답답한 견제와 장벽에 밀려나 속으로 깊은 불만과 천재적 광기를 가득 품은 채 오직 차세대 3D 그래픽 연산의 새로운 구조설계에 완전히 미쳐있던 비운의 천재 엔지니어 두 명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바로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와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이다.

이들은 중앙 통제식으로 명령을 하나하나 순차 처리하는 기존 CPU 칩의 낡고 답답한 관료적 컴퓨팅 아키텍처(Architecture) 구조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오로지 초고속 3D 그래픽 병렬 가속기 생태계를 위한 완전히 새롭고 파괴적인 독립적 하드웨어 기술의 반란을 은밀하게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진일보하고 뛰어난 최고의 칩 설계도(Design Blueprint)와 치밀한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문서를 자신들의 책상 밑에 수천만 장 쌓아두고 자신들끼리 열광할지라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미래 기술 하드웨어의 혁신 비전을 세상 밖의 냉정하고 방어적 계산만을 일삼는 벤처 투자자(Venture Capitalist)들과, 지갑을 굳게 닫고 있는 IT 개발 기업 고객들에게 단숨에 찔러 넣어 가장 날카롭고 매력적인 상업적 언어로 포장해 기꺼이 제품을 무더기로 팔아치울 ’압도적 화력의 세일즈 엔진(Sales Engine)’이 그 백엔드 중심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graph TD
    A[초기 엔비디아 창업 삼각 편대<br>Triumvirate of NVIDIA] --> B(젠슨 황<br>CEO & 비즈니스 코어)
    A --> C(크리스 말라초스키<br>하드웨어 & 조직 조율자)
    A --> D(커티스 프리엠<br>아키텍처 설계의 마법사)
    
    B --> E[압도적인 세일즈 엔진 & 비전 캐스팅<br>Sales Engine & Visionary]
    C --> F[칩 설계 시스템 전략 및 회로 기획<br>Design Strategy]
    D --> G[3D 그래픽 병렬 가속 아키텍처<br>GPU Architecture]

바로 이 엄청난 결핍의 고민을 안고 있을 때 그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첫 번째로 떠오른 구원자가 바로 과거 LSI 로직(LSI Logic)에서 혹독한 실무 비즈니스 역량을 스펀지처럼 낱낱이 흡수하고 탁월한 시장 통찰력(Market Insight)을 맹수처럼 완벽하게 갖춘 거친 전천후 야생마, 바로 젠슨 황이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깊이 있는 최전선의 반도체 공학 지식과 고도로 단련된 비즈니스 칩 협상력을 티끌의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동시에 갖춘 유일한 아웃라이어(Outlier) 인물이었던 것이다.

“젠슨, 네가 수장이 되어 가장 앞장서서 우리의 스피커가 되어주어야만, 우리가 하얀 종이 위에 미친 듯이 그려댄 이 복잡한 그래픽 칩 도면이 비로소 세상의 진짜 돈이 되고, 권력이 되고, 압도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전무후무한 하드웨어 아키텍처의 혁신적 마법사 커티스 프리엠과 칩 설계 프로세스의 전략적 조율자 크리스 말라초스키, 그리고 이 괴짜들의 훌륭한 시스템 기술력을 그 누구보다도 가장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세일즈(Sales)하며 투자가 빈약한 벤처 초창기에 원대한 장기 비전(Long-term Vision)으로 구체화 해낼 완벽한 리더이자 최고 경영자(CEO) 젠슨 황. 훗날 3조 달러 가치의 거대하고 파괴적인 글로벌 AI 가속 연산 생태계를 오롯이 독점하고 지배하게 될 반도체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도 가장 막강한 ’최고의 창업 삼각 편대(Triumvirate, 3인 체제의 삼두정치)’가 햄버거 패티가 구워지는 소리가 요란한 데니스 식당의 후미진 구석 테이블에서 그렇게 운명적이고 역사적인 결합을 이룬 것이다.

1.4.3 30세의 생일, 다니던 직장을 떠나 혁신을 선택하다

LSI 로직(LSI Logic) 이사라는 고위직을 역임하며 매년 안정적인 삶과 막대한 고액의 연봉 한도를 탄탄하게 보장받던 자리를 과감하게 스스로 박차고 나가는 것은, 그 옛날 낯선 켄터키주 기숙학교의 이방인 이민자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쳤던 젠슨 황(Jensen Huang)에게 있어 스스로 쌓아 올린 인생의 공든 탑을 송두리째 뒤엎는 가장 비이성적이고도 엄청난 도박(High-Stakes Gamble)이었다.

성공 확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도로 희박한 초기 벤처(Early-stage Venture) 생태계의 잔인한 진흙탕 속에 갓 꾸린 자신의 소중한 가족의 안위마저 통째로 내던져야 하는 이 역설적이고 잔혹한 결정의 순간 앞에서, 젠슨 황은 길고 고통스러운 번민의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매일 밤 퇴근 후 데니스(Denny’s) 레스토랑에서 쏟아지는 싸구려 커피를 수십 잔씩 리필해 가며,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함께 냅킨(Napkin) 조각 위에 미친 듯이 정신없이 그려 내려간 차세대 3D 그래픽 회로도와 폭발적인 시대적 비전(Vision)은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공학자적 승부욕(Competitive Instinct)을 마침내 완벽하게 압도해버렸다.

“만약 지금 이 거대한 다가오는 기술적 파도를 우리가 가장 먼저 선점하고 올라타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토록 뼈저린 후회 속에서 아주 안락하고 조용하게 썩어갈 것이다.” 모든 것이 두려우면서도 가장 고요했던 폭풍 전야의 밤, 그는 마침내 자신의 기득권이라는 안전핀을 과감히 뽑아버리기로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1993년 2월 17일, 젠슨 황이 정확하게 자신의 서른 살(30th Birthday) 생일을 맞이하던 바로 그 막막하고도 찬란한 날, 그는 LSI에 스스로 사직서를 내던지고 두 명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출신 천재 엔지니어와 함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자그마한 타운하우스 작업실에 비로소 초라하지만 위대한 첫 창업 베이스캠프(Basecamp)를 차렸다. 법인의 공식적인 이름은 ’질투심(Envy)’을 뜻하는 라틴어 ’인비디아(Invidia)’에서 유래한 모음의 조합, **엔비디아(NVIDIA)**로 정해졌다.

세계의 절대 권력자 인텔(Intel)이나 여타 거대한 반도체 공룡들이 아직 그 잠재 파괴력의 중요성을 채 파악하기조차 전, 고작 PC 3D 그래픽 병렬 연산(Parallel Computing) 시장이라는 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세 명의 맹수 같은 이단아들이 쏘아 올린 작지만 위대한 혁신의 방아쇠(Trigger)는 그날 아주 조용하지만 치명적으로 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