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실리콘밸리의 이단아, 젠슨 황의 페르소나

1.3 실리콘밸리의 이단아, 젠슨 황의 페르소나

실리콘밸리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도로 파편화된 비즈니스의 정글(Jungle)에서, 이를 이끄는 위대한 거물(Big Tech CEOs)들에게는 대중과 임직원에게 각자를 직관적으로 각인시키는 특별하고도 강렬한 고유의 특성, 즉 ’페르소나(Persona, 대외적 이미지)’가 하나씩 존재해 왔다. 예컨대 애플(Apple)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완벽주의에 지독하게 집착하는 괴팍한 천재 예술가’의 페르소나를 두르고 있었다면,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빌 게이츠(Bill Gates)는 철두철미한 논리와 압도적인 법적, 자본적 통제력으로 무장한 시장 생태계 최상위의 ’차갑고 철저한 독점적 엘리트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의 정점에 우뚝 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이자 수장, 젠슨 황(Jensen Huang)을 하나의 단어나 이미지로 가장 정확하고 명료하게 규정하는 본질적인 페르소나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놀랍게도 스스로를 화려한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바닥에서 구르는 가장 비루한 ’언더독(Underdog, 절대적인 약자)’이자 세상에서 가장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만 하는 치명적인 위기감을 품은 ’생존주의자(Survivalist)’로 포지셔닝(Positioning)한다. 화려한 명문대 학벌과 부유한 집안 빽을 지닌 유복한 백인 남성들이 자본의 모든 시장과 권력을 촘촘히 장악하고 있던 1990년대 초반의 보수적인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에서, 동양에서 온 평범한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주류의 엘리트 문법을 고분고분하게 체제 내에서 따라가는 대신에, 철저하고 실질적인 생존의 실용주의(Pragmatism)와 상대의 오류를 현장에서 낱낱이 파헤쳐 분쇄하는 지독하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무장했다.

1.3장에서는 화려한 제품 프레젠테이션의 무대와 언제나 번뜩이는 날카로운 언변, 대중을 열광케 하는 그의 쇼맨십(Showmanship) 바로 그 깊은 이면에 서늘하게 숨겨진, 엘리트주의(Elitism) 특유의 나태함을 극도로 혐오하는 그의 뼛속 깊이 내재된 반골적 ’아웃사이더(Outsider) 기질’을 철저히 분석한다. 나아가 이 독특한 페르소나가 어떻게 오늘날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엔비디아만의 위대한 기업의 조직 문화를 성공적으로 잉태하게 한 철학적 밑반찬으로 깔려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해 본다.

1.3.1 엘리트주의를 거부하는 아웃사이더 기질

미국의 대다수 벤처 거물들이 자신이 아이비리그(Ivy League)와 같은 특정 명문대 출신이라는 고유의 후광(Halo Effect)과 특권을 드러내거나, 화려하고 완벽한 인맥 네트워크를 교묘하게 과시하며 성공을 치장하려 애쓰는 공식적인 석상에서도 젠슨 황은 거의 예외 없이 언제나 가장 소박하고 거친 언어를 사용한다. 실제로 그는 언제나 스탠퍼드(Stanford University) 대학원 졸업생이라는 엘리트 계층의 학벌을 전면에 내세우는 뻔한 문법을 극도로 꺼린다. 오히려 그 화려한 이력표 뒤로, 대다수의 시간을 정제되지 않거나 다소 엉뚱해 보이는 흙수저(Dirt-poor) 환경에서 비롯된 자신의 험난한 고군분투를 여지없이 거침없이 고백하곤 한다. 세상에서 배운 가장 값진 기술이 기숙학교 청소부 당번 시절에 화장실 변기를 가장 반짝반짝하고 깨끗하게 닦는 요령이었다는 사실을 농담처럼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식이다.

젠슨 황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온실 속의 엘리트 수재들과, 복잡한 공식으로 둘러싸여 실패를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화초 같은 천재들을 근본적으로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현장에서 참담한 실패(Failure)를 뼈아프게 거듭하면서도 그 고통스러운 진흙탕을 끊임없이 뒹굴며 다시 일어나는 ‘독종(Tenacious)’ 엔지니어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손을 가장 더럽혀 본 투박하고 엉성한 실무자들을 극단적이고도 노골적으로 편애(Favoritism)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어린 나이에 무서운 켄터키 기숙학교에서 신변의 안전을 위해 룸메이트와 밥그릇을 내건 살벌한 거래를 해야만 했고, 인텔(Intel)이나 AMD 같은 세계 최고의 절대 권력자 거대 반도체 생태계의 비바람과 피 터지는 차별을 가장 밑바닥에서 뚫어오며 오직 ‘가진 것이 끈기 한 줌’뿐인 처절한 과거의 가장 뼈아픈 생존의 진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계산이 빠르고 가장 똑똑한 학위증을 지닌 사람들이 잔뜩 모인 거대한 조직은 흔하다. 그러나 치열한 비즈니스의 사투와 실전에서는, 그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장과의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이기고 승리하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비록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일지언정, 가장 무서운 생존의 벼랑 끝에서 절실하게 하루를 살아남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 치며 끝내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야성의 조직만이 최후의 승자가 되어 모든 파이를 차지하고 이긴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핵심 경영진과 임원(C-Level)을 최초로 구성할 때도, 그는 완벽한 외부 영입의 스펙(Spec)이나 학벌보다 부서의 바닥에서 올라와 불확실성 속에서 기꺼이 회사와 자신의 운명을 걸고 위험천만한 벤처 투쟁을 감수해 본 강인한 내부의 ’야성(Wildness)’을 언제나 회사에서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최우선의 절대적 덕목(Virtue)으로 삼았다.)

오늘날 이토록 거대한 실리콘밸리 권력의 심장부 한가운데서도 극도로 찾아보기 힘든 이러한 젠슨 황 본연의 독창적이고 거친, 때로는 노골적으로 반(反) 엘리트주의(Anti-elitism)적인 태도는, 구글(Goog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당대 가장 거대했던 빅테크(Big Tech) 거물 기업들의 무자비한 자본 공세와 무차별적인 인재 사냥의 위협 앞에서도 엔비디아가 절대 주눅 들거나 회피하지 않고 역으로 그들의 가장 취약한 기술의 목덜미를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으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말 그대로 엔비디아라는 조직 내부에 감염된 가장 파괴적이고도 강력한 정신적 백신(Psychological Vaccine)이었다.

1.3.2 ’검은 가죽 잠바’가 상징하는 실용주의와 일관성

대중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공식적인 사진과 뉴스부터, 수천수만 명의 관중이 빽빽하게 들어찬 글로벌 규모의 거대한 GTC 기술 기조연설(Keynote)의 메인 무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젠슨 황’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또렷하게 각인되는 독점적인 시그니처(Signature)는 단언컨대 그의 매끈하고 짙은 ’검은 가죽 잠바(Black Leather Jacket)’다.

그는 무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가장 화려한 무대이든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출근길의 샌프란시스코 거리이든 상관없이 거의 20년이 훌쩍 넘는 긴 세월 동안 옷장의 옷을 모두 동일하게 맞추어 거의 매일같이 똑같은 디자인과 질감의 가죽 잠바 스타일만을 외골수처럼 지독하게 고집해 왔다. (이는 실리콘밸리 거물급 CEO들의 유명한 대중적 패션 아이콘인 애플 스티브 잡스의 시그니처 검은 터틀넥 셔츠(Turtleneck Shirt)와 잘빠진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메타(Meta) 마크 저커버그의 잿빛 회색 후드티셔츠(Hoodie)와 종종 동일한 맥락에서 비교되고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젠슨 황에게 있어 이 낡고 때 탄 가죽 잠바는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단순한 퍼포먼스나 치밀하게 기획된 흔한 마케팅용 브랜딩(Branding) 행사, 혹은 한갓 패션의 일상적인 취향의 영역에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세상을 통제하고 살아가는 가장 극단적이고도 합리적인 뇌 과학적 논리인 ’실용주의(Pragmatism)’를 한 벌의 옷가지로 물리적으로 대변하는 가장 강력하고 상징적인 선언이다.

그는 외부 인터뷰에서 자신의 변함없는 드레스 코드를 향해 쏟아지는 대중의 호기심 섞인 질문에 대해 항상 짤막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 “오늘 아침 눈을 떠서 기분이 어떤지, 날씨가 어떤지, 바지의 색상과 어울리는 셔츠를 고르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입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 쓰이는 그 불필요한 에너지와 아주 짧은 시간의 결정을 극도로 아껴, 우리 회사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피 말리게 당면하여 풀어야만 하는 수많은 기술적 난제(Challenges)를 해결하는 데 온전히 집중력으로 몰아 쓰겠다.”

옷을 고를 때 쓰는 뇌의 작은 스위치 비용(Switching Cost)조차 회사와 컴퓨터 칩 공학의 발전 가능성에 전부 쏟아붓겠다는 이 병적인 집중력. 나아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기술 트렌드(Trend)와 시장 패션이 쉴 새 없이 변덕을 부리는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무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과 거대한 병렬 연산 GPU 시장이라는 오직 좁고 깊은 한 우물 길만을 우직하게 한 치의 의심 없이 미친 듯이 파고든 위대한 엔비디아만의 무거운 뚝심이자, 그 끈질기고 타협 없는 철학적 ’일관성(Consistency)’을 전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유니폼(Uniform)이기도 하다.

1.3.3 직설적 화법과 끊임없이 의심하는 탐구 정신

오늘날 치열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생태계를 호령하는 젠슨 황(Jensen Huang)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내외부적으로 두려움을 사는 무기(Lethal Weapon)는 바로, 상대의 어설픈 논리와 허점을 단숨에 해체해 버리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Direct Speech)과 부하 직원들의 기획서를 가차 없이 파고드는 병적인 수준의 탐구 정신(Inquisitive Spirit)이다.

그는 화려하고 과장된 수식어로 범벅된 모호한 비즈니스 용어나, 그럴싸하고 예쁜 막대그래프로만 치장된 알맹이 없는 파워포인트(PowerPoint) 프레젠테이션의 허례허식을 세상에서 가장 혐오한다. 만약 누군가 핵심을 교묘하게 피하는 모호한 논리와 변명으로 가득 찬 보고서를 그의 책상에 올리면, 그는 거대한 회의실 한복판에서 수십 명의 최고위급 임원(C-Level Executives)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순전히 개소리다(That’s bullshit)“라며 상대의 논리를 가차 없이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것으로 업계 내에서 매우 악명이 높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직설적인 공격이 결코 단순히 자신의 막강한 권위(Authority)를 과시하거나, 실무 엔지니어들을 공포로 억압하려는 오만한 폭군(Tyrant)의 독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첨단 반도체 칩(Chip) 하나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수조 원의 막대한 단위 R&D 예산과 수년의 천문학적인 개발 소요 시간이 자칫 한순간의 매몰 비용(Sunk Cost)으로 덧없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을 최전선에서 방어하기 위한, 가장 고통스럽지만 빠르고 확실한 오류 검증 매커니즘(Error Verification Mechanism)이자 경영자로서 지닌 그만의 지독할 만큼 책임감 있는 철학이다.

젠슨 황은 기존에 답습해 온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반문하고(Interrogate) 지독하게 회의하며 사물의 단단한 본질 자체를 밑바닥부터 파고드는 이른바 ’퍼스트 프린시플(First Principles, 제1원리)’적 사고방식을 모든 엔비디아(NVIDIA) 임직원들의 뇌리에 회사의 필수적인 유전자(DNA)처럼 강제로 주입시켰다.

불필요한 인사치레나 사내 정치적인 체면치레(Manners)를 완전히 걷어내고, 당장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워서라도 시스템 내에 은밀하게 존재하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연산 속도의 병목 현상(Bottleneck)과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의 결함을 바로 그 보고의 순간 무자비하고 투명하게 까발리는 것. 이렇듯 잔인할 만큼 날것 그대로 펄떡이는 직관적이고 거친 난상 토론(Fierce Debate) 문화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압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 가치의 덩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흡사 설립 1년 차의 작고 민첩한 벤처 스타트업(Startup)처럼 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혁신판(Innovation Board)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오늘날 엔비디아 특유의 징그러운 조직 강인함(Resilience)을 탄생시킨 가장 위대하고도 실용적인 원동력이 되었다.